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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aeun Jung

[인터뷰] 대표 조현보 - 2부: 회사 생활

by 정하은 (인턴)


질문은 내가 할게. 읽는 건 누가 할래? <스타트업 대나무숲>


스타트업. 드라마나 각종 매체에서는 근사한 공유오피스에서 자유롭게 근무할 수 있는 매력적인 직장으로 그려지지만, 막상 지원은 주저하게 되는, 상당히 모순된 곳입니다. 이름은 ‘스타트 업’이지만, 막상 일해보니 계란으로 바위 치기 이상이라는 취업 괴담이 만연한 대상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스타트업에 대한 사람들의 환상과 막연한 두려움은 아직도 지속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스타트업에서 일을 해 본 사람은 아직 많아 보이지 않습니다. 본인이 직접 스타트업을 세워 몇 년간 운영해본 사람은 훨씬 더 적고요. 아마도 정보가 많이 없다는 점이 스타트업에 관심이 있거나 지원해보려고 하는 취준생 또는 경력자들의 발걸음을 돌리는 이유일 것입니다.


그래서! 준비해봤습니다. 현재 한국에서 유일하게 반도체 자동화 소프트웨어(EDA)를 개발 중인 IT 스타트업 ‘알세미’의 CEO 조현보님께 인턴인 제가 스타트업의 분위기는 어떤지, 또 그중에서도 알세미의 회사 생활은 어떤 모습인지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묻고 싶지만 차마 물어볼 수는 없었던 아주 솔직하고, 날카로운 질문만 모아 외부인의 관점에서 낱낱이 파헤쳐 보았습니다.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SK 하이닉스에서 반도체 설계 일을 하다 알세미라는 스타트업 회사를 창립한 조현보라고 합니다. 바둑을 좋아하고, 현재 3년째 좋은 분들과 오랜 시간 꿈꿔왔던 일을 계속할 수 있어 행복한 사람입니다.


Q: 스타트업 대표라는 중요 직책을 맡고 계신데, 행복하다고 하시니 약간 놀랍네요. 대표님께서는 좋은 직장을 다니시다 회사를 창립하신 만큼, 큰 기회비용에서 오는 부담감이 상당할 것 같은데요.

A: 아, 물론 매일매일 새로운 과제를 만나게 되긴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하지 않은 새로운 일을 개척한다는 점이 저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 회사에서는 모든 분을 ~~님이라는 호칭으로 부르고 있으니 편하게 현보님이라 불러주시면 됩니다.


Q: 네 알겠습니다. 본격적으로 질문을 드리기에 앞서, 잠시 오늘 인터뷰 주제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아직도 스타트업이라는 말을 들으면 체계가 불안정하다는 직장의 이미지가 많이 떠오르곤 하는데요, 이 시간에는 현보님께 스타트업 알세미의 생활에 대해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할 질문을 여쭤보도록 하겠습니다.

A: 제 생각에도 아직 ‘스타트업 취업은 대기업에 못 간 사람이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남아있는 것 같아요. 이 인터뷰를 통해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과 또 알세미가 얼마나 즐거운 곳인지 알리고 싶네요. ^^


Q: 그럼 바로 첫 번째 질문드리겠습니다. 알세미에서는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고, 집중 근무시간(10:30~15:30) 외에는 일하는 시간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는데, 정말 늦게 와서 일찍 퇴근하기는 눈치 보이지 않을까요?

A: 음… 일단 저만 하더라도 오늘 9시가 한참 넘어 도착했는데요. (웃음) 아직 회사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 회사 제도와 관련해 이것저것 실험을 해보고 있는데, 코어 타임도 그중 하나입니다. 9시보다 늦게 오고 6시보다 일찍 퇴근한다고 눈치 보는 분위기는 전혀 아니고요, 어느 정도의 자율성이 지켜진다는 가정하에 다른 팀원분들께서 최고의 성과를 낼 방안이 있다면 언제든지 그것을 실행하는 게 맞다고 봐요. 생각해보니 엔지니어 포지션이 많다 보니 점점 늦게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하네요. 요즘에는 재택 근무제도 도입되며 두 제도를 어떻게 유연하면서도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지 회사 내에서도 논의 중입니다.


Q: 집중 근무시간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재택 근무는 아예 회사에 나오지 않는 제도니 약간은 눈치 보일 상황이 생기지 않을까요?

A: 재택 근무도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팀원분이 애용 중이신 제도입니다. 사실 저희가 처음부터 재택 근무를 허용한 것은 아니고, 혹시 모를 코로나 감염 위험 때문에 도입했는데요, 생각보다 Zoom과 같이 원격 소통 플랫폼이 잘 개발되어 있어 의사 전달에 어려움이 없었고, 업무 환경을 바꾸면서 새로운 마음가짐이 생긴다는 장점이 있더라고요. 그리고 거주지가 회사에서 먼 분들의 경우에는 출퇴근 시간을 아낄 수도 있고요. 직원 한 분당 일주일에 평균 1~2회 재택 근무를 하고 계시고, 아예 안 한다고 해서 서로 굳이 의문을 품는 분위기도 아닙니다.


Q: 그럼 현보님께서 생각하시는 재택 근무 제도의 단점은 무엇인가요?

A: 아무래도 개발을 하다 보면 오류에 관해 바로바로 얼굴을 맞대고 논의를 하고 싶을 때가 생기는데, 해당 팀원분께서 재택 근무 중이시다면 메신저나 Zoom을 통해 소통해야 해서 그리움이 생기죠. (웃음) 회사에 함께 머무를 때 생기는 유대감도 절대 무시할 수 없을 것 같고요.


Q: 저는 재택 근무의 단점으로 회사에 있을 때보다 집에서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 상황을 생각했어요.

A: 당연히 세상 모든 사람이 양심적인 것은 아니니, 남용 위험 자체는 있죠. 하지만 알세미 이전에 회사 생활을 오래 하면서 의심보다는 신뢰가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회사 조직은 신뢰를 바탕으로 돌아가는 관계이고, 아무리 책임을 져야 하는 관리자의 상황에 있더라도 한 번 과감하게 신뢰를 주면 직원들도 그에 화답하곤 했어요. 굳이 누군가를 의심하고, 잡초를 걸러내는 시도를 하지 않아도 다 같이 스스로 최선을 다하는 선순환 구조가 생기는 거죠. 저도 이 교훈을 바탕으로 계속 누가 이 제도를 악용하는지 검열하기보다는 모두가 혼자 있더라도 열심히 일하는 공기를 조성하고자 해요.


Q. 회사 제도를 계속 읽어보니 신뢰라는 키워드가 중요해 보여요. 직급 체계가 없는 것도 이런 맥락인가요?

A: 크게 보면 그럴 것 같아요. 제 생각에 직급이 없는 것과 직책이 없는 것은 아주 다른 이야기에요. 분위기가 수평적이라는 말은 ‘난 시니어 정도 경력자니까, 내 말은 다 맞아’ 식의 구조가 없다는 뜻이에요. 누군가 프로젝트를 이끌고, 그 결과의 책임을 질지언정 본인의 의견을 top-down 식으로 강요하지 않는다는 거죠. 알세미에도 팀별로 팀장님들이 계시고, 의사 결정이 안 이루어질 수는 없으니 이분들께서 역할 분담/성과 평가/방향 설정 정도의 역할은 하고 계시지만, 그 직책을 바탕으로 ‘급’을 나누는 일은 절대 없어요.


Q: 직급과 직책은 다른 개념이라는 말, 아주 인상적인 것 같아요. 수평적인 분위기에서는 질문 혹은 토의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질 것 같은데, 회사 내에서 질문을 자유롭게 할 수 있나요?

A: 다행인 건지 모르겠지만, EDA 개발에는 긴 시간과 많은 연구가 필요해서 어쩔 수 없이 질문이 자주 공유될 수밖에 없어요. 팀별로 코드를 짜고, 수정하고, 데이터를 모으고, 사용자가 보기 쉽게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역할이 나누어져 있어 프로젝트를 수월하게 진행하려면 질문은 필수예요. 직급이 없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기존 연구만으로는 모델을 완전히 개발할 수 없어 내부에서 서로 질문을 하며 뭉치게 돼요. 그래서 질문은 언제든지 환영이고요, 또 자연스럽게 눈치 보지 않고 다른 팀원분께 정말 모르는 것에 대해서도 여쭤보는 분위기가 형성됐어요.


Q: EDA 분야가 많이 생소한 영역이어서 저라도 질문을 많이 던지게 되겠네요. 혹시 쓸데없는 질문이 아니라 좋은 질문, 내가 물음을 던졌지만 모두가 배워갈 수 있는 질문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좋은 질문을 한다는 건 이미 일이 반쯤 완성됐다는 뜻일 것 같은데요? 알세미에서는 4개의 팀이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협업하는 형태의 업무가 일상이라, 내가 궁금한 점이 크게 봤을 때 회사의 최종 목표와는 어떻게 연결되는지 한 번 고민하시면 모든 팀원분께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음, 그리고 질문 자체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생각해보니 내가 어느 부분이 비어 있는지 포착하고 호기심을 해결하려 질문하는 ‘질문의 목적’도 아주 중요하겠네요. 끊임없이 의심하고 지식을 찾아 나서는 과정이 많이 축적돼야 비로소 막판에 창의적인 생각이 탁! 나오거든요. 그러면서 나도 한 단계 발전할 수 있고요.


Q: 좋은 교육을 받고 다른 분들이 어떻게 일하시는지 부대끼며 관찰해도 발전하기란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알세미 내에서 진행되는 각종 회의와 세미나를 들어보니, 모두 AI/반도체/프로그래밍 분야에 박식하신 것 같아 저는 그 부분에서 정말 많이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혹시 저처럼 전공 분야 밖의 지식을 잘 모를 때 생길 수 있는 문제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그리고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회사 차원의 도움이 있나요?

A: 저희도 그 세 분야를 모두 아우르고 계신 분이 계시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거의 없더라고요. 저 자신도 아직 배워야 할 길이 멀고요. 그래서 전공 분야 이외에 지식이 별로 없을 때 생기는 문제보다는 어떻게 하면 더 많이 학습하고,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 더 고민하는 편이에요. 여담이지만 회사에서 계속 영입하고자 하는 인재상도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닌, 학습 곡선이 탁월한 사람이에요. 이런 분들과 함께 일한다면 언제든지 각 분야에 전문 지식을 갖고 계신 다른 팀원분들과 교류하며 성과를 낼 수 있어요. 다시 돌아와서 더 배우고 싶을 때 회사 차원에서 제공하는 도움으로는 기술 세미나, 외부 학회/워크샵/행사 참여 기회, 온라인 강의 및 도서 구매 지원 등이 있겠네요. 특히 저희는 기술의 기본 원리를 깨닫는 게 중요해서 최근 연구 동향을 계속 쫓아가야 하는데, 회사 내부 회의와 세미나를 통해 이 부분을 보완하실 수 있을 거예요.


Q: 그러고 보니 알세미 직원분들께서는 고학력이 아니라 고고고학력이시더라고요. 특정 분야에서 오랜 기간 경력을 이어오신 분들이 많으셔서 신입 직원이 들어오면 부담을 느낄 상황이 생길 것 같기도 해요. 직원분들의 인간미를 잠시 어필하신다면?

A: 보통 ‘개드립’이라 부르는 농담 있죠? 여기선 그게 일상입니다. (웃음) 주고받고 할 때는 서로 이상하다고 타박하기도 하는데, 그만큼 진지할 땐 진지하더라도 기본적으로는 유쾌한 분위기가 알세미의 정체성입니다. 회사 전체 채팅방에 들어와 보시면 아마 무슨 뜻인지 바로 아실 거예요.


Q: 저는 IT 회사라고 하면 조금 삭막하고 사람들도 무뚝뚝하신 줄 알았거든요.

A: 개발 일이 여유롭지는 않죠. 제휴 기관들과의 약속도 잘 지켜야 하고, 부지런히 시뮬레이션도 돌려야 해요. 리서치 쪽 분들은 또 논문 정독도 하고 계실 거고요. 그런데 일이 어렵고 바쁘다고 해서 성격이 미워지는 분은 안 계세요. 뭐랄까, 싫은 사람이 한 명도 없는 느낌?


Q: 팀원분들 얘기를 꺼내시니 갑자기 생각난 ‘정말 솔직한’ 질문이 하나 있는데요, 타 회사 및 업종 대비 알세미는 적절한 보수를 지급한다고 생각하시나요?

A: 저는 기본적으로 개인 역량에 알맞은 대우를 꼭 하려고 노력합니다. 함께 일했을 때 기대치보다 가지고 계신 역량이 많으신 분들께는 파격적으로 보너스를 드리거나 연봉을 올려드리기도 하고, 약간 아쉬운 분들께는 앞의 분들보다는 금전적인 혜택을 아무래도 덜 드리고 있죠. 회사 규모가 커질 때 성과 보상 시스템도 확고하게 정착시킬 예정인데요, 아직 역사가 짧아 완전한 체계가 갖춰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계속 준비 중이에요.


Q: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 더 여쭤보겠습니다. 연봉 이외에 사람들이 가장 궁금한 건 휴가죠! 돈도 돈이지만 쉬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기본 연차에 추가로 휴가가 4일 더 있다고 하는데, 말뿐인 복지인지 혹은 실제로 활발히 사용되고 있는 혜택인지 궁금합니다.

A: 이렇게 말씀드리면 될까요? 저는 다른 분들께서 휴가를 얼마나 쓰고 계시는지 모릅니다. 그만큼 휴가를 내는 것이 아주 자유롭다는 뜻이겠죠? 연말에 연차 정산할 때 대강 알게 되긴 하지만, 그때 제가 한 분씩 찾아가며 왜 추가 연차를 쓰셨는지 질문하지는 않으니까요. 마음 편하게 쓰셔도 됩니다.


Q: 할 건 하되, 쉬거나 각자 일을 즐겁게 할 방법을 동원하는 데는 간섭하지 않으시겠다는 현보님의 철학 잘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인터뷰 소감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A: 항상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할지, 그것을 어떻게 성사시켜야 하는지는 많이 고민했지만, 이렇게 회사 외부인들이 알세미 혹은 스타트업에 궁금해하실 만한 질문은 받아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아 저에게도 좋은 성장 기회였습니다. 회사 내부에서는, 특히 CEO의 자리에 있다면 사람들이 정말 회사에 무엇을 기대하고 궁금해하는지 알기가 쉽지 않아요. 사업을 하는 데 있어서 기술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인터뷰였습니다.

 

현보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스타트업에서 건강한 조직 문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또 알세미에서는 그것을 조성하기 위해 어떤 시도가 이루어지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안정적이라고만 생각했던 대기업들의 회사 문화도 이렇게 하나하나 처음부터 소통과 고민을 통해 다져진 결과물이라 생각하니, 알세미만의 특성을 만들어가고 계신 알세미 직원분들의 노력이 전보다도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성: 정하은 (알세미 하계 대학 인턴, 연세대학교 QRM 2학년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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