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aeun Jung
[인터뷰] TI 팀장 정인태
안녕하세요, 알세미입니다. 오랜 시간 몸담았던 대기업을 떠나 스타트업에 새 둥지를 트는 결정은 누구에게나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그 두려움을 본인에 대한 믿음과 새로움을 향한 열정으로 극복하기도 합니다. 오늘은 알세미의 세 부서(Ai/Ti/Pi) 중 Ti팀의 팀장직을 맡고 계신 정인태님을 인터뷰했습니다. 반도체를 거쳐 AI까지, 안정적인 직장을 거쳐 스타트업에 이르는 길을 만들어오신 인태님의 스토리를 소개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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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알세미에서 Ti팀 팀장을 맡고 있는 정인태입니다. 공대에서 쭉 학부생 및 대학원생 시절을 보냈고, 박사과정 때는 주로 반도체 광소자를 연구했습니다. 이후 SK하이닉스에서 D램을 설계하는 부서에서 4년, 새로 생긴 Data Science라는 부서에서 추가로 3년을 보내고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Q. Ti팀이라는 이름이 생소한데, 팀 업무를 한 번 소개해주세요. 우선 Ti라는 이름은 Technology Intelligence의 약자이고요, 본래 인공지능을 뜻하는 Artificial Intelligence를 저희 팀 업무에 맞게 변형한 것입니다. 저희 팀은 반도체 지식을 기반으로 알세미의 인공지능 기술과 프로그램을 검증하는 일을 맡고 있어요. 전자와 관련해서는 반도체 모델링에 필요한 데이터 관리 & AI 모델 분석 및 평가가 주 업무이고, 후자 관련으로는 고객 입장에서 AI 모델링 소프트웨어를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각종 피드백을 Ai팀과 Pi팀에 전달하여 궁극적으로 좋은 모델과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인공지능 모델을 관리하고 계신 Ai팀과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계신 Pi팀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Q. 하시는 일이 결코 쉽지는 않아 보이는데, Ti팀 구성원이 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할까요? 반도체와 AI 모두 잘 하시면 완벽하겠죠? 하지만 두 분야를 모두 잘하시는 분은 찾기 어려워서, 전통적인 반도체 설계 분야에 해박하면서도 AI와 같은 신기술을 배우고자 하는 열정이 있는 분이면 좋을 것 같아요. 저희 소프트웨어가 적용될 제 1타겟이 반도체이긴 해도, 반도체 소자를 모델링하고 설계하는 데는 AI기술이 필수여서 업무상 조금씩 알아가실 필요가 있거든요. 추가로 기술이 지속적으로 진화할 수 있도록 하는 일에 참여하고 싶다는 열정이 있으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습니다. Q. 인태님께서는 반도체 연구를 하시다가 AI 업무를 시작하게 되신 걸로 알고 있는데, 업무 분야가 이전되면서 겪으셨던 어려움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반도체와 AI는 상성이 좀 달라서… 반도체는 전에 배웠던 이론을 지금도 적용할 수 있지만, AI는 조금만 공부를 하지 않아도 연구 동향을 따라가지 못하게 돼요. 반도체 업무를 볼 때는 잘 정립된 이전 연구나 이론을 적절히 이용하는 식으로 일했는데, AI 업무를 볼 때는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말이 어떤 뜻인지 정말 제대로 깨닫게 됐어요.
Q. 반도체와 AI 간에 인태님께서 생각하는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연구 역사에서 나오는 차이점이 가장 큰 것 같아요. 반도체는 상대적으로 오래 연구된 분야이고, 그만큼 수십 년간 체계가 잡히며 고정된 시스템이 생겼다고 생각해요. 반면 AI는 학문 자체의 역사는 짧지 않을지 몰라도 본격적으로 응용되어 쓰인 지는 오래되지 않았어요. 그만큼 새로운 기술이 많고, 활발히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요. 물론 반도체 분야라 해서 기술이 정체된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AI에 비해서는 새로움이 덜하죠. AI 분야에서는 따끈따끈한 이론이 1년 전에 나온 것이라 한다면, 반도체는 20~30년 전 것도 현재 응용 가능할 정도로 기술이 많이 정립되어 있어요. Q. 팀장으로서 Ai&Pi 팀과 협업하셔야 하고, Ti팀 업무도 이끄시느라 많이 바쁘실 것 같은데 힘들지 않으신가요? 힘들죠. (웃음) 그런데 특별히 제 위치에 있어서 힘든 건 아니고, 다른 직장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 정도만 겪고 있는 것 같아요. 두 팀 간에 걸쳐 있어서 어쩔 수 없이 겪게 되는 협업 문제 같은 것이요.
Q. 지금까지 협업이나 소통이 어려웠던 사례가 있었나요? 종종 두 팀간에 한 의제를 두고 의견 충돌이 생길 때가 있어요. 그럴 땐 각 팀에서 제시하는 방법의 장단점 등을 분석해서 합의 과정을 이끌어가요. 두 팀의 의견이 둘로 갈리더라도 궁극적으로 모두의 목표는 좋은 반도체 모델링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이라는 점을 항상 잊지 않으려 해요.
Q. 업무를 함께 하고 계신 팀원분들께 고마움을 느꼈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항상 고마움을 느끼고 있어요. 저는 팀장이어도 세세히 관여를 안 하고 거시적인 업무 지시를 하는 스타일인데, 모두들 역량이 뛰어나셔서 구체적인 가이드 없이도 좋은 결과를 내주고 계세요. 그리고 저에게 원하는 것이 있을 때도 바로바로 얘기해주셔서 편해요. 가끔 다른 회사원들 보면 팀장의 업무 방식과 팀 전체의 성향이 달라서 갈등을 빚는 사례가 종종 있는데, 저희 팀에는 그런 문제가 없는 것 같아 다행이라 생각해요.
Q. 알세미에서의 근무를 통해 가장 많이 배워가시는 점은 무엇인가요?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과 의견이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배우고 있어요. 나쁜 의미는 절대 아니고요, 팀원분들의 성향과 배경이 다르다보니 이전에는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의견을 많이 들을 수 있게 됐어요. 전에 반도체 회사 안에서 AI팀에 있기는 했지만, 제 뿌리는 반도체 제조예요. 그런데 전부터 AI연구를 집중적으로 하신 분들은 AI 연구자 커뮤니티에도 속해 계시고, 저와는 상이한 의견을 내기도 하시거든요. 그럴 때마다 스타트업만의 참신함과 새로움을 느껴요. 공통의 목표를 이뤄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질문과 의견이 제시되고, 그것이 또 하나로 수렴되어 가는 것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흥미롭기도 해요.
Q. 인태님께서 이 자리에 계시는 데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건은 무엇인가요? 혹은 알세미에 오시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전부터 현보님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고 있었는데, 전 회사에서 느낀 점과 제 가치관이 결정적인 계기였던 것 같습니다. 저는 새로운 시도를 좋아하는데, 전 회사는 규모가 큰 회사이다보니 제가 생각하는 바를 실행에 옮겨보기는 힘들었어요. 좋은 곳이긴 했지만, 개인이 연구해보고 싶은 주제를 추진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항상 도전에만 힘을 쏟는 사람들만 있으면 운영이 잘 되지 않을 것이고, 안정을 추구해야 하다보니 생긴 일종의 관성인 것 같아요. 7년간 일하며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고 싶다는 저만의 갈망이 서서히 생겼고, 알세미에서 일하는 것이 그것을 만족시킬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Q. 인태님께서는 새로운 것을 좋아하시는 성향이시네요. 업무 외에 새로운 시도를 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저는 여행을 좋아하는데, 여행을 갈 때마다 하나씩은 꼭 새로운 요소를 넣어요. 예를 들면 “저번에는 캠핑카를 타고 돌아다녔으니 이번에는 맨 몸으로 OO에 가보자~” 하는 식이에요. 여행 자체도 낯선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일인데, 그 방식도 제가 원하는 대로 짤 수 있어서 재충전에 도움이 많이 돼요. 여행 이외에 계속 새롭게 하고 있는 건 운동이겠네요. 다이빙도 하고, 골프도 배워보고, 말하다보니 제가 진짜 새롭게 시도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네요.
Q. 알세미에 오길 잘했다고 생각이 드시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회사에 처음 왔을 때는 스타트업에서 내가 구상한 것을 시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제일 컸는데, 갈수록 알세미의 혜택에서 오는 장점이 커지는 것 같네요. 가장 좋은 건 아침에 늦게 올 수 있는 것! 전 회사 다닐 때는 아침 6시부터 2시간씩 통근했는데, 이제는 가까운 거리에 좀 더 늦게 출근해도 되는 회사가 생겨서 좋아요. 결과적으로 출근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많이 줄었고, 아주 중요한 요소, 업무 여건도 좋아졌다고 느껴요.
Q. 다른 기업과 알세미 중 어디에 취업할지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알세미를 선택하라고 설득하실 건가요? 무조건 알세미에 오라고 설득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사람마다 성향이 다른데, 안정을 추구하는 사람은 대기업에 가는 게 가장 이롭겠죠? 하지만 조금이라도 도전적인 일을 하고 싶다면 알세미가 좋은 선택지가 되리라 생각해요. 제 경험상 대기업에서 일할 때는 독자적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데는 제한이 걸려 있어서 아무래도 개인적으로 아쉽긴 했어요. 스타트업 회사들은 언제든 혁신을 이루어내려고 하고, 그만큼 한 번 성과를 냈을 때 개인에게 주어지는 타이틀이 있죠. 스타트업은 그 점이 좋은 것 같아요. 꼭 대기업은 안전하고, 스타트업은 불안한 것도 아니니 본인이 얻고 싶은 것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하라고 설득 대신 조언을 줄 것 같네요.
Q. 인태님께서 예상하시는 알세미 소프트웨어의 활용처는 무엇인가요? 기본적으로 반도체가 들어가는 곳에는 모두 사용될 수 있을 거예요. 자동차, 전력 분야 외에도 반도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분야는 아주 많고, 제가 잘 알지 못하는 분야에도 반도체가 쓰이고 있을 수 있으니 활용 범위는 넓을 거라 생각해요. 그리고 반도체 설계를 할 수 있다는 말은 곧 저희 소프트웨어가 다른 것도 다 할 수 있다는 말과 같아요. 복잡한 공학/물리 문제 모델링이 쓰이는 분야에서 기계나 건물을 설계하는 일도 AI에게 맡길 수 있게 되는거죠.
Q. 인태님께서 갖고 계신 커리어 상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알세미 직원으로서 제 목표는 당연히 알세미가 성공하고 상장까지 하는 것이겠죠? 짧게는 3~4년, 길게는 7년 정도 안에 저희 소프트웨어가 많은 회사에게 판매되면 좋겠어요. 현실적인 목표는 이렇고, 개인적으로는 회사 소프트웨어가 업계 표준이 되는 날을 보고 싶어요. 알고 계시겠지만, 업계 표준이 된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잖아요. 대학원 생활을 하며 공부도 나름 해보고, 설계 업무도 하다보니 제 직장에서 만든 상품이 표준으로 받아들여지면 정말 뜻깊을 것 같아요.
Q. 이제 공식적으로 소프트웨어의 윤곽이 잡히는 단계인데, 소감이 어떠신가요? 음, 아직까지는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많아요. 사람이 많지 않아서 생긴 필연적인 결과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프로그램이 초기 단계에 있는 만큼 세세한 부분까지는 완벽하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고요. 그래도 당연히 성취감은 있어요. 고슴도치도 제 자식은 이뻐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웃음) 전에 인터넷에서 이 상황을 잘 나타내는 글을 봤는데… 한번 보여드릴게요.

마지막 칸에 그려진 것처럼 소프트웨어에 대한 애정은 있지만, 문제는 결과물에 지적할 것이 한 두 개가 아니라는 점이에요. 소프트웨어 상용화가 목표인만큼, 자부심을 가지면서도 객관적인 시선으로 개선해야 할 점을 끊임없이 찾아나가야겠죠. 저희 소프트웨어가 언젠가는 저 호랑이가 될 수 있도록, 앞으로 남은 길도 즐기면서 오래오래 걸어갈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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